한 초목이 무성한 대산이 있었는데, 산 속에는 수많은 귀중한 약재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산속에는 인적이 드물고 맹수나 독사들이 우글거렸다. 산기슭에 한 부락이 있어 하루는 부락의 청년들이 모여앉아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고 잇었다.
한 청년이 이르기를 “내가 담력이 가장 세지” 라고 하자,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담력이 가장 세다고? 그럼 저 삼에 들어가서 약을 캐 올 수 있느냐?”
“왜 못할까? 내가 약초를 캐와서 너희들의 담소병(膽小病)을 고쳐 주기만을 기다려라” 고 하고는 산에 가서 약초를 캐오기로 맹세하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어머니 에게 고하니 어머니는 매우 반대 하였다.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우리 집안의 후손이 끊길 것이 아니겠느냐?
“저는 이미 맹세하였기 때문에 만약 가지 않으면 마을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르기를 “가려거든 가거라. 그러나 네가 이미 약혼을 하였으니 먼저 며느리를 얻고나서 나서도록 하여라”
이렇게 해서 청년은 잠시 산으로 들어갔다가 어머니가 정한 처자와 혼인하러 돌아왔다. 혼인후에 청년은 좋은 감정이 생겼고 신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산에 가기로 했던 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개월이 지나자 마을의 청년들이 그에게 말햇다.
“포기하거라.이 거짓말대왕아”
“누가 포기해?”
청년은 체면이 있어서 집에 돌아와 부인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의 준비를 한번만 도와주시오, 나는 내일 산으로 약을 캐러 가겠소” 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렸으나 남자는
“3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시집가도록 하시오” 라고 하고는 이튿날에 모친과 처자와 이별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부인은 종일 울고 우울하여 심한 질병에 걸리고 말았다. 3년이 지나자 어머니가 며느리에게 “3년이 지났으니 너는 다른곳으로 시집가도록 하여라” 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며느리가 거절하였으나 어머니가 재삼 권하자 다른이에게 시집가벼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청년이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마을 청년들은 그가 많은 약초를 캐 온 것을 보고는 담대하다고 칭찬하였다. 청년이 집에 가 보았으나 부인이 보이지 않았다. 3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는 일찍 돌아오지 못한 거을 크게 후회하였다. 그는 부인을 잊지 못해서 다른 마을로 시집간 부인을 수소문해서 한번 볼 수 있었다.
부인이 이르기를 “3년동안 나는 매일 당신만을 생각했어요. 매일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지만 3년이 되어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다른 이에게 재가하게 되었지요.”
청년이 잘못을 빌며 그가 산에서 캐온 약초를 부인에게 주었다. 부인은 본래 병이 있었는데, 그 청년이 준 약초를 먹고는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고 병도 완쾌되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병이 낫게 되었는지를 묻자 부인은 그 약초를 보여주었다. 이후에 사람들은 이 약초를 당귀라고 부르게 되었다.
서로를 부를 때 당귀를 선물한다는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바있다. 그렇다면 당귀에는 어떠한 의미가 숨어 있을까?
이시진이 이르기를 당귀는 본래 기(芪)의 종류는 아닌데, 다만 화엽(花葉)이 기와 비슷하므로 기라고 이름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아내에게 장가들어 대를 이었는데, 당귀가 조혈(調血)하므로 여인네의 요약이 된다. 남편을 생각한다는 뜻이 있으므로 당귀라고 이름한 것이다. 바로 당시(唐詩)에 “호마는 좋은 것이 있으나 심어줄 사람은 없으니, 시집갈 때가 되어도 가지 못하는구나” 라는 뜻과 같은 것이다. 최표의 고금주에 이르기를 옛날사람들은 작약을 서로 선물하고 문무로 서로를 부르는데, 문무는 일명 당귀이고, 작약은 일명 장리이기 때문이다.
진승(陳承)이 이르기를 당귀는 임신부가 산후에 악혈이 상충하는데에 빠른 효과를 얻는다. 기혈이 혼락한 자가 복용하면 기혈이 바로 잡히므로 당귀는 기혈로 하여금 각기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아마도 당귀라는 이름은 틀림없이 여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여자가 남자연인에게 주는 선물로는 최고가 아닐까?
발렌타인데이에 사탕을 선물할 것이 아니라, 당귀를 약첩에 잘 싸서 건네 준다면 나는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사와요 라는 뜻이 전해지지 않겠나?
당귀의 이명이 문무(文無)라는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 있다.
조공(曺公)은 태사(太史)가 마음으로 재치잇게 명령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듣고는 그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상자에 싸서 보냈다. 태사가 그 상자를 열어보니 글자는 하나도 없고 약물로 쓰는 당귀만 담겨져 있었다. 태사는 마음속으로 그 뜻을 이해하고는 즉시 복귀하였다. 이것이 바로 글자 없는 편지로써 당귀만을 가지고 그뜻을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 당귀에 문무(文無)라는 병명이 생기게 되었다.
어쨌든 이러한 의미를 갖는 당귀는 기미와 질에서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잇는데 <<본초문답>>에 그러한 설명이 잘되어 있다.
당귀는 바로 보혈약이다. 그 미가 신온(辛溫)한 것은 화(火)이고 즙이 기름진 것은 수(水)이다. 한가지 물건에 두가지를 갖추고 있는 것은 바로 수와 화가 서로 교감하여 만들어진 물건이니, 마치 혈이 생화(生化)하는 것과 서로 같다. 그래서 보혈을 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귀의 가장 큰 특징은 신(辛)하며서도 습윤(濕潤)하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특징이 혈을 다스리는데 쓰이지만, 또 이러한 특징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장경악이 이를 잘 지적하였다.
혈을 다스리는 방제로 고인들은 대부분 사물탕을 위주로 하였는데. 그러나 적당한 곳과 적당하지 못한 곳이 있다. 대개 보혈하고 행혈하는데에는 당귀같은 것이 없지만, 당귀의 성이 동하면서 활하므로 화로 인해서 동혈한 자에게는 좋지 않고, 화로 인해서 해수하거나 습으로 인해서 활(滑)한 것에도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동이활(動而滑)이라 함은 바로 신(辛)과 습(濕)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